▶기본정보
파수꾼 (2010). 한국
감독 : 윤성현
주연: 이제훈 서준영 박정민 조성하
장르 : 드라마
등급 :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 117분
▶영화 속으로
저예산 독립영화이지만 작품성과 흥행면에서 모두 성공을 거둔 작품입니다. 스토리와 너무 잘 어울리는 영화의 톤이며, 그리고 카메라 앵글 같은 것들도 좋았지만, 다 보고 나서도 진하게 기억에 남는 건 배우들의 연기인 것 같네요. 2011년 개봉된 작품이어서 지금은 스타가 된 배우 이제훈, 박정민의 풋풋했던 신인 시절 모습도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사랑과 관심을 제대로 쏟지 못한 아들이 죽은 이후 아버지는 아들의 사진첩 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합니다. 사진 속 친구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아버지는 아들에 관한 얘기를 듣고 싶어하지만, 모두 아는 것이 없다고만 할 뿐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습니다. 게다가 절친이었다던 한 친구는 전학을 갔고, 또 한 친구는 장례식에조차 오지를 않았으니 아버지 입장에선 이상하다 생각이 들 뿐입니다.
영화는 기태의 죽음 이전과 이후의 상황을 교차하며 보여주는데요. 때문에 관객들도 기태의 죽음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야기를 궁금해하며 추적해가기 시작하죠. 이점이 독립 영화임에도 상업영화 못지 않은 집중도를 갖게 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학창시절이라는 소재는 관객의 보편적인 경험과 정서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요소이기도 하구요.
기태, 희준, 동윤 셋은 그야말로 절친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관계가 조금씩 삐걱대기 시작합니다. 희준이 좋아했던 보경이 기태에게 고백을 하고 나서부터였을까요? 아니면, 주목받고 싶어하는 성격의 기태가 일진이 되면서 이미 아이들은 틀어지기 시작한 걸까요. 주인공들이 주고 받는 대화들은 실제처럼 자연스럽고 리얼하기만 합니다.
소통에 능숙하지 못한 남자 아이들, 그리고 자존심 싸움과도 같은 권력심리 같은 것들이 스토리 속에 묘하게 녹아들어 영화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솔직히 갈등 상황이 커져가는 모습을 볼 때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다듬어지지 못했던 그 시절의 감정과 혼란들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기도 했어요. 시간이 흘러 생각하면 정말 별 것 아니었던 것들이 그때엔 정말 날밤을 새며 고민한 문제이기도 했으니까요. 여러모로 공감갈 만한 요소가 많은 영화인 것 같습니다. 특히 불안정한 심리를 이제훈 배우가 정말 잘 표현했던 것 같아요. 박정민님은 오디션 때 연기 스타일이 영화와 안맞아 캐스팅이 불발 됐을 수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 짧은 시간에 얼마나 보이지 않은 노력을 하신 건지 영화 속에선 부자연스러움을 전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사소한 오해와 소통 불능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아이들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겁니다. 때론 우리가 가리키지 않은 방향으로 걷잡을 수 없이 파국은 진행되어 가곤 합니다만, 아무것도 아닌 오해들, 사실 성인이 되어서도 피할 수 없는 오해라는 함정에 빠진 아이들의 비극이 마음 아프기만 합니다. 딴엔 진심으로 사과하고 다시 돌아가려는 노력을 보였던 기태의 모습이 잊히지 않습니다. 눈과 말투 모두에서 진심과 불안이 동시에 전해지는 장면이었어요. 전부를 잃었다고 생각했을 기태의 마음은 죽음과도 같은 것이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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