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틱 리버(2003).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각본 : 브라이언 헬 겔랜드
주연 : 숀 펜, 팀 로빈스, 케빈 베이컨
장르 : 범죄, 드라마, 미스터리, 스릴러
등급 :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 137분
▶영화 속으로
데니스 루헤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어릴 적 끔찍한 사건을 겪은 세 친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영화입니다.
한 동네에서 같이 자란 절친한 친구들인 지미, 숀, 데이브. 그 날도 늘 그렇듯 셋은 길에서 하키 놀이를 하며 짓궂은 장난을 치고 있는 중이었는데, 경찰이라는 사람이 나타나 아이들의 잘못을 몰아세우며 데이브를 태우고 어딘가로 사라져 버립니다. 알고보니 데이브는 납치된 것이었고, 그들로부터 끔찍한 일을 당하고 며칠 후 탈출해 돌아오죠. 친구의 납치를 두 손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는 죄책감, 내가 될 수도 있었다는 공포와 씻을 수 없는 데이브의 상처로 그 사건은 아이들의 사이를 멀어지게 만들었고, 그렇게 25년이 흐릅니다.
처음엔 데이브의 납치 사건을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될 거라 예상했는데, 25년 후 지미의 딸이 살해된 일을 중심으로 셋은 다시 만나게 되고 그 범인을 찾는 과정이 중점이 되는 영화입니다. 숀은 사건을 담당한 연방 경찰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게 되죠. 그런데 케이티가 살해된 날 데이브의 행적이 다소 미심쩍습니다. 본인이 그날 강도를 죽인 것 같다고 했는데, 죽은 강도도 없고 강도가 죽었다는 소식조차 신문 어디에도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데이브가 거짓말을 한 것일까요? 늘 어딘가 침울한 그가 친구의 딸을 죽일 정도로 사이코패스가 되어 버린 것일까요?
모르겠어?.. 이건 흡혈귀와 같아. 한 번 물리면 영원히 남아.
영화는 범인의 행적을 쫓는 과정에서 어릴 적 겪었던 사건이 피해 당사자와 주변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정말 당사자만큼 괴로운 사람이 있을까요? 이번엔 지미 역시 딸을 잃어버림으로 고통의 당사자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그의 고통은 데이브의 고통과는 다를 지도 모르겠네요. 그는 마음껏 슬픔과 분노를 표출하고 범인을 응징하려고 했으니까요. 운명은 지독히도 운 나쁜 누군가를 점쳐두고 있는 것처럼 가학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누구든 꼭 그 사람이 될 이유는 어디에도 없는데 말이죠. 평범한 이들은 불행이 가까스로 나를 피해갔단 생각에 다행이라는 마음만 갖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인물의 심리며 장면들을 그렇게 섬세하게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세 사람의 인생을 함께 보여주려는 의도는 알겠는데 아내와 별거 중인 숀의 에피는 좀 억지로 맞추려 한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특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마지막 부분인데, 너무 흐지부지 끝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왜 숀은 제대로 정의를 실현하려 하지 않는지. 전 이런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거든요. 물론 증거가 부족하고 수사가 어려웠을 수도 있지만, 진실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저 다시 만난 아내와 행복한 모습으로 퍼레이드를 지켜보는 모습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화살표를 데이브의 어리석은 아내로 돌려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어쩌면 비극을 더 잘 드러내려고 일부러 한 설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만.. 한마디로 얘기하면 영화의 결말은 일부러 모호하게 처리했다 하기엔 임팩트도 약하고, 전반적으로 군데군데 이야기가 빈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스포가 될 것 같아 더 구체적으로 얘기할 순 없지만, 지미의 아내와 지미가 마지막 선택을 한 부분은 나름 소름 돋는 반전이기도 했습니다.
세 친구의 얽힌 운명을 통해 인간의 오해와 불신, 이기심을 다룬 미스틱 리버. 일단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작품성을 인정받아 7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한 6개 부문에 후보지명되었다고 하는데, 비전문가인 전 그 정도까지인지는 모르겠더라고요.. 볼 만한 것은 세 베테랑 배우들의 열연이었는데 숀 펜이 남우주연상, 팀 로빈스가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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