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정보
서버비콘(미국). 2017
감독 : 조지클루니
주연 : 맷 데이먼, 줄리안 무어, 노아 주프
장르 : 범죄, 미스터리
러닝타임 : 105분
조성된 지 10년이 넘어가도록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히는 마을, 서버비콘. 미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구성된 이곳은 평화롭기만 하다. 어느 날 흑인인 메이어스 가족이 이사 오면서 사람들은 동요하기 시작하고, 이와 무관하게 맞은 편 가드너의 집에선 끔찍한 비극의 실체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가드너의 뒤틀린 욕망에서 출발한 범죄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급기야 제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영화의 첫 부분은 전형적인 미국 전원주택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지극히 평화로운 풍경은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희극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다. 회사의 재무이사인 가드너는 부족할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처제와의 불륜을 감추고 있다. 아내만 사라진다면 자신들의 행복에 장애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 두 사람은 끔찍한 짓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들은 계속 생겨나고, 무엇보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함께 사는 아들이자 조카인 닉키가 된다.
▶혼자 남은 닉키
아이의 불행을 마련한 이들은 아빠와 이모다. 위험으로부터 돌보아야 할 보호자가 적임을 알았을 때 아이가 마주하게 되는 건 매 순간의 공포다. 영화는 이후 닉키의 반응을 요란스럽게 과장하지 않는다. 심한 불안 반응을 보인다거나, 히스테릭하게 변한다거나, 이상 행동을 하는 모습을 그려내지 않는다. 아이는 침착해 보이지만 그건 어찌해야 할 줄을 모르기 때문일 것이고, 마음 한 켠엔 아빠와 이모를 끝까지 믿어보고도 싶었을 것이다. 어린 아이에겐 달리 방법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닉키는 진실의 목격자이고 진실이 축적될수록 공포의 크기도 커져간다. 죽고 죽이는 아수라장 속에서 영화는 아이의 시선을 빠뜨리지 않는다.
▶인간의 추악한 이면
괴물은 친절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현대극에서 놀랄 것도 없는 설정이다. 가드너는 회사의 중책을 맡고 있는 조용하고 이성적인 인물이다. 매기 역시 마트 계산원으로 일하면서 늘 미소를 잃지 않고 언니를 대신해 조카를 챙기는 인정 많은 이모의 모습을 보인다. 영화는 두 사람의 일탈의 경위랄지, 어떻게 그런 사악한 마음을 품고 행동에 옮겼는지 같은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어떤 사연을 부여하지 않은 것은 일련의 모든 악행들이 그저 그대로 그들의 일부였음을 말해주는 것 같다.
범죄 없는 마을의 평화를 깬 것은 가드너가 최초가 아니다. 평화롭기 이를 데 없던 마을이 실은 순수 백인 집단이자 인종 차별의 화약고였던 것이다. 흑인인 메이어스 가족을 둘러싸 마을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벌이는 광기 어린 행동은 인종차별이 심했던 미국의 5-6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을 감안해도, 보고 있기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대낮에 마을 사람 대다수가 합심한 채 벌이는 행동은 유아기적인 데다 대놓고 노골적이어서 '야만' 그 자체로 읽힌다. 이 영화의 특별한 점은 가드너의 이중적 행동과 당시 미국의 인종 차별이 궤를 같이 하는 것처럼 그려진 부분이라 생각한다.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던 시대의 비극을 한 가정을 통해 극단적으로 보여주려 했다고까지 생각하자니 또 너무 멀리 간 듯 싶기도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악
로즈만 사라지면 행복이 보장되어 있는 줄 알았던 가드너와 매기의 입장에선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악한들의 출연이 끝없는 고난처럼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은, 다 알았다고 생각한 가드너와 매기의 기행에 끝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한번 더 놀란다. 특히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이자 압권인, 식탁에서 가드너가 닉키에게 하는 협박하는 장면은 온몸에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훗날 이 영화를 기억하게 될 때 바로 이 장면을 떠올리지 않을까.
전반적으로 지루함없이 영화의 서사를 따라가며 몰입해서 봤지만, 마지막 부분의 강렬한 씬이 있었다 해도 영화를 다 보고 난 지금은 평범한 스토리라인을 따라갔다는 느낌이 든다. 죽고 죽이는 싸움이 너무 딱딱 맞아떨어졌다는 생각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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