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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서버비콘>, 멈출 수 없는 범죄의 질주

by 낭낭n7 2021.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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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정보

서버비콘(미국). 2017
감독 : 조지클루니
주연 : 맷 데이먼, 줄리안 무어, 노아 주프
장르 : 범죄, 미스터리
러닝타임 : 105분

조성된 지 10년이 넘어가도록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히는 마을, 서버비콘. 미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구성된 이곳은 평화롭기만 하다. 어느 날 흑인인 메이어스 가족이 이사 오면서 사람들은 동요하기 시작하고, 이와 무관하게 맞은 편 가드너의 집에선 끔찍한 비극의 실체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가드너의 뒤틀린 욕망에서 출발한 범죄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급기야 제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영화의 첫 부분은 전형적인 미국 전원주택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지극히 평화로운 풍경은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희극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다. 회사의 재무이사인 가드너는 부족할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처제와의 불륜을 감추고 있다. 아내만 사라진다면 자신들의 행복에 장애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 두 사람은 끔찍한 짓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들은 계속 생겨나고, 무엇보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함께 사는 아들이자 조카인 닉키가 된다.

 

혼자 남은 닉키

 

아이의 불행을 마련한 이들은 아빠와 이모다. 위험으로부터 돌보아야 할 보호자가 적임을 알았을 때 아이가 마주하게 되는 건 매 순간의 공포다. 영화는 이후 닉키의 반응을 요란스럽게 과장하지 않는다. 심한 불안 반응을 보인다거나, 히스테릭하게 변한다거나, 이상 행동을 하는 모습을 그려내지 않는다. 아이는 침착해 보이지만 그건 어찌해야 할 줄을 모르기 때문일 것이고, 마음 한 켠엔 아빠와 이모를 끝까지 믿어보고도 싶었을 것이다. 어린 아이에겐 달리 방법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닉키는 진실의 목격자이고 진실이 축적될수록 공포의 크기도 커져간다. 죽고 죽이는 아수라장 속에서 영화는 아이의 시선을 빠뜨리지 않는다.

 

 

인간의 추악한 이면

 

괴물은 친절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현대극에서 놀랄 것도 없는 설정이다. 가드너는 회사의 중책을 맡고 있는 조용하고 이성적인 인물이다. 매기 역시 마트 계산원으로 일하면서 늘 미소를 잃지 않고 언니를 대신해 조카를 챙기는 인정 많은 이모의 모습을 보인다. 영화는 두 사람의 일탈의 경위랄지, 어떻게 그런 사악한 마음을 품고 행동에 옮겼는지 같은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어떤 사연을 부여하지 않은 것은 일련의 모든 악행들이 그저 그대로 그들의 일부였음을 말해주는 것 같다.

 

범죄 없는 마을의 평화를 깬 것은 가드너가 최초가 아니다. 평화롭기 이를 데 없던 마을이 실은 순수 백인 집단이자 인종 차별의 화약고였던 것이다. 흑인인 메이어스 가족을 둘러싸 마을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벌이는 광기 어린 행동은 인종차별이 심했던 미국의 5-6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을 감안해도, 보고 있기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대낮에 마을 사람 대다수가 합심한 채 벌이는 행동은 유아기적인 데다 대놓고 노골적이어서 '야만' 그 자체로 읽힌다. 이 영화의 특별한 점은 가드너의 이중적 행동과 당시 미국의 인종 차별이 궤를 같이 하는 것처럼 그려진 부분이라 생각한다.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던 시대의 비극을 한 가정을 통해 극단적으로 보여주려 했다고까지 생각하자니 또 너무 멀리 간 듯 싶기도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악

 

로즈만 사라지면 행복이 보장되어 있는 줄 알았던 가드너와 매기의 입장에선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악한들의 출연이 끝없는 고난처럼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은, 다 알았다고 생각한 가드너와 매기의 기행에 끝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한번 더 놀란다. 특히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이자 압권인, 식탁에서 가드너가 닉키에게 하는 협박하는 장면은 온몸에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훗날 이 영화를 기억하게 될 때 바로 이 장면을 떠올리지 않을까. 


 전반적으로 지루함없이 영화의 서사를 따라가며 몰입해서 봤지만, 마지막 부분의 강렬한 씬이 있었다 해도 영화를 다 보고 난 지금은 평범한 스토리라인을 따라갔다는 느낌이 든다. 죽고 죽이는 싸움이 너무 딱딱 맞아떨어졌다는 생각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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