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정보
케빈에 대하여(2011). 영국, 미국
감독 : 린 램지
주연 : 틸다 스윈튼, 에즈라 밀러, 존 C. 라일리
장르 : 드라마, 스릴러, 서스펜스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 112분
▶영화 속으로
바로 전 포스팅에서 소개했던 <아메리칸 패스토럴>과 비슷한 소재로 약간 이어지는 느낌인데 <캐빈에 대하여> 역시 엇나간 자식으로 인해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져버린 부모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영화이다. 두 편의 영화를 연달아 본 덕분에 은연중 비교하며 보게 되었던 것 같다. '아메리칸 패스토럴'이 아버지와 딸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배경과 주변 인물 등 전체적인 샷을 염두에 두었다면, '케빈에 대하여'는 한 가정, 그것도 아들과 어머니의 모습에 카메라를 바짝 들이댄 채 진행된다. 덕분에 인물의 심리 상태랄지 두 사람의 관계 같은, 영화를 이끌어가는 서사가 훨씬 더 긴장되고 밀도 있게 그려진다.
자유로운 성격의 여행가 에바에게 아들 케빈이 생기면서 삶은 180도 달라진다. 그녀에겐 처음이어서 서툴기만 한 육아인데, 아기는 늘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울거나 말썽을 부린다. 비록 모자 관계이긴 하지만 악연이란 이런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둘은 처음부터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집요하게 상대방을 괴롭히는 듯한 아이가 에바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태연히 평범한 아이를 연기하는 장면에선 소름이 돋기도 했다. 케빈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러는 걸까. 엄마에게 하는 반항이라기엔 정도가 심각하다.
내가 낳은 아이를 온전히 사랑하지 못한다는 죄책감과 한 번도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들어준 적이 없는 자식에게 부모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책임감 등 복합적인 감정에 번번이 에바는 고통스럽다. 남편에게라도 말하고 싶지만, 그는 에바의 말을 그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끝까지 자식에 관해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일 뿐이다. 영화를 보면서 왜 아이에게 상담 치료를 받게 할 생각을 안 하는지 답답한 순간들이 많았는데, 영화 속엔 따로 이에 관한 언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에바 외엔 아무도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지 못했기에 그냥 넘어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영화는 시간 순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다, 마침내 그날의 사건으로 마무리 짓는다. 사람들로부터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노골적인 혐오와 괴롭힘에 시달리는 현재의 에바를 보며, 그리고 우울한 집 안에 가족도 없이 혼자 지내는 에바를 보며, 끔찍한 불행이 그녀를 휩쓸고 지나갔음을 관객은 처음부터 알아차린 상태다. 그리고 하나하나씩 이야기가 드러날 때마다 에바와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되는데, '왜!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하는 것에 관객 역시 바짝 다가가고 싶어 진다. 케빈은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
케빈의 폭력성에 관한 이유를 찾고자 영화 내내 아이가 커온 과정을 지켜본 후라면, 답을 찾을 수 없는 악에 관해 잔뜩 물음표를 던지게 될 것이다.
이제는 말해 줘. 왜 그랬어?/ 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
답을 하면서 일어선 순간 눈빛이 약해지는 케빈을 에바는 끌어안는다. 아마 그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그녀가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틸다 스윈튼과 에즈라 밀러 연기 또한 훌륭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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