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정보
세라핀(2009). 프랑스, 벨기에
감독 : 마르탱 프로보스트
주연 : 욜랭드 모로, 울리히 터커
장르 : 드라마
등급 :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 125분
▶영화 속으로
가난하고 불우했던 천재 화가 세라핀의 삶과 그림에 관한 영화이다. 남의 집 청소 등 허드렛일로 겨우 생계를 이어가던 그녀에게 그림은 자신만의 소중한 일과이자 전부이다. 아트 딜러인 빌헬름 우데에게 재능이 발견되기 전까지 화가가 되겠다는 생각도 그림을 팔겠다는 생각도 없이 그저 그리는 것 자체에 매료되어 작업해 왔을 뿐 자신의 그림에 대한 진정한 가치 역시 모르는 상태였다.
세라핀의 남루한 삶은 그림에 대한 재능과 매우 대조적으로 보인다. 하녀들조차 비웃을 정도로 초라한 겉모습과 달리 그녀의 내면에 자연과 교감하고 그것을 화폭에 담아내는 재주가 있었던 것이다. 그림의 소재는 늘 자연이었는데. 풀, 꽃, 나무들과 대화를 할 정도로 그녀는 자연에 심취해 있었으며 영화를 떠올릴 때의 이미지 역시 넓게 펼쳐진 들판으로 화구를 들고나가는 세라핀의 모습이 떠오른다. 영화도 이 부분을 의식하고 들판과 나무의 푸르른 모습을 담은 영상을 반복적으로 담아낸다.
세라핀의 완성된 그림을 보는 것 또한 영화를 보는 재미 중의 하나다. 영화를 통해 그녀의 그림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겐 미술 지식을, 그림을 아는 이들에겐 그것의 탄생 과정을 보여줌으로 그림과의 한층 깊어진 교감을 가능하게 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서정미의 자연이 아닌 어딘가 어둡고 진하고 무시무시하게 살아난 자연은 외롭고 고통스러웠던 그녀의 삶 속에서 쉬지 않고 박동하는 그림에 관한 열망을 닮았다. 피흘리고 고통받는 자연이자 이글이글 타오르는 생명력이 느껴지는 작품은 한번 보는 것만으로도 세라핀의 화풍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개성적이다.
말년의 그녀의 삶은 운명과도 같이 불행했다. 처음 우데가 그녀의 작품을 알아보았을 때에도 전쟁 때문에 빛을 보지 못했는데,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는 생소하고 낯선 느낌 때문에 대중들에게 외면을 당했다. 우데를 만나 그림이 알려지기만 하면 화가로서의 성공한 삶을 살 줄 알았던 세라핀은 걸었던 희망만큼이나 큰 좌절을 경험해야 했다. 우데 역시 예전처럼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어서 보는 이를 더욱 안타깝게 했는데..
끝내 정신을 놓아버린 그녀를 우데는 후견인으로서 죄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지켜본다. 작품이 처음으로 팔린 기쁜 소식을 세라핀에게 전하지도 못하고 돌아서야 했던 우데의 심경과 자신의 작품이 팔린 사실조차 알 수 없게 된 화가의 운명은 비극적이기만 하다. 왜 행운은 좀 더 일찍 찾아오지 않은 건지..
우데가 없었더라면 지금쯤 세라핀이라는 천재 화가가 존재했다는 것조차 알 수 없었을 거란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시기와 기회와 우연, 그리고 운명이라는 요소가 함께 작용해야 숨어있는 재능이 세상에 드러나는 것인가 보다.. 물감 살 돈이 없어 자연과 생활에서 얻은 재료로 색을 입혀야 했던 세라핀의 모습이 자꾸 잊히지 않는다. 영화는 잔잔하면서도 세라핀이라는 화가의 삶을 진정성 있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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