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영화) 디스트릭트9, 타자의 위치에 서다

by 낭낭n7 2021. 6. 29.
반응형

▶기본 정보

 

<디스트릭트 9> / 미국, 캐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감독 : 닐 블롬캠프

주연 : 샬토 코플리. 바네사 헤이우드, 제이슨 코프, 데이빗 제임스

장르 : SF, 액션, 스릴러, 드라마

등급 : 청소년 관람 불가

러닝타임 : 112

 

▶영화 속으로

 

어느 날 갑자기 출몰한 우주선은 불시착한 상태 그대로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요하네스버그 상공에 떠 있는 중이다. 돌아갈 수단을 잃은 외계인들은 디스트릭트 9이라는 구역에 임시 수용되어 인간의 통제와 감시를 받으며 살아가는데, 외계인 관리국 MNU는 무법 지대를 없앤다며 디스트릭트9을 강제 철거하려고 한다.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비커스는 무력을 동원해 강제 동의를 구하러 다니다 외계 물질에 노출되는 사고를 당하며 점차 신체의 일부가 외계인처럼 변해가는데.. 외계 무기 연구를 위해 강제로 생체실험 도구가 될 뻔했던 비커스는 가까스로 탈출하고, 그 과정에서 실상은 무기 판매사인MNU의 끔찍한 실체를 알게 된다.

 

영화는 여타의 외계인을 소재로 한 영화와는 차별화를 두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후의 상황을 가정하며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외계인이 지구에 온 목적이라든지, 그들의 정체 따위에 관한 거창한 주제보다 비커스라는 어리석은 한 인물을 중심으로 위기에 처한 그가 쫓기고 도망 다니는 과정에 집중한다.

 

MNU의 지하실에서 외계인들에 관한 생체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고도 당장 자신이 희생될 뻔한 상황을 모면하기 바쁜 비커스. 그는 당장의 승진만 눈에 보이고 왜 자신에게 그런 임무가 맡겨졌는지는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남이야 어찌 되었든 오직 아내와 잘 살면 그뿐이라는 식의, ‘우리로 상정하는 바운더리가 굉장히 좁은 인물이다. 사실 그가 디스트릭트9을 찾았을 때 외계인을 무시하고 막 대하지 않았더라면 외계 물질에 노출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승진에 취한 채 한껏 호기를 부린 결과다.

 

 

외계인과의 육체적 결합으로 괴물이 되었다는 식의 MNU가 퍼뜨린 거짓 뉴스 때문에 그는 사회의 위험인물이 되어 쫓기고 고립된다. 그가 '우리'라고 생각해 온 가족은 물론이고 동료 누구도 그를 믿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도움을 청할 곳이 전무한 그는, 몸을 숨길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인 디스트릭트 9으로 향한다. 우연히 크리스토퍼의 집으로 피신한 비커스는 수송선을 움직일 수 있는 유동체만 있으면 자신의 몸을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적인 얘기를 듣고 유동체를 구하기 위해 MNU에 쳐들어갈 계획을 세운다.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도 있겠지만, 크리스토퍼는 유일하게 바커스를 버리지 않은 존재가 된다.

 

외계인이 되어가는 바커스의 몸은 정부에겐 황금알이자 갱단에겐 힘의 원천이며, 일반인들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그를 노리는 이들이 많은 만큼 죽을 뻔한 위기에도 여러 번 처하지만 그때마다 신기하게도 요리조리 피해 살아남는다. 그리고 그가 목숨을 건진 것 또한 바이오 기능이 탑재되어 외계인만 사용 가능한 무기 덕분인데 결국 그를 위험에 처하게 한 변화가 그를 구해내기도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을 쫓는 이들이 임박해오자 그는 크리스토퍼를 버린 채 수송선을 운전해 우주선으로 갈 시도를 한다. 영화의 후반부에서조차 아직도 이기적인 인간으로 남아있는 바커스에게 한가닥 연민마저 아까워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외계인의 몸으로 학대와 차별을 경험한 바커스는 비로소 인간의 지위에서 내려와 타자의 위치에 서게 된다. 단지 외형의 변화가 아닌 내면의 변화를 겪은 다른 존재가 된 것이다. 결국 바커스는 위험을 무릅쓰고 크리스토퍼가 아들과 함께 무사히 우주선에 탑승하도록 돕는다. 크리스토퍼가 우주선에 오르는 것을 방해한 죄책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망설이는 크리스토퍼를 재촉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그들을 지켜보는 것은 진한 감동을 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바커스의 인물됨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했지만 실상 영화 속 진짜 악은 외계인을 학대하는 정부와 착취하는 갱단들이다. 큰 악의는 없었던 바커스가 선 쪽에 돌아선 것은 진짜 악을 보았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외계인을 다룬 영화에서 인간 대부분이 탐욕스럽고 잔인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은 그것이 객관적으로 우리를 바라봤을 때 스스로가 내린 진단이기 때문이 아닐까.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