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정보
아메리칸 패스토럴(2016). 미국
감독 : 이완 맥그리거
주연 : 이완 맥그리거. 제니퍼 코넬리, 다코타 패닝
장르 : 드라마, 범죄
등급 :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 108분
▶영화 속으로
미국 현대 문학의 거장이라 불리는 작가, 필립 로스의 ‘미국의 목가’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소설이 <아메리칸 패스토럴>로 스크린에 개봉되기까지 13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하는데, 영화의 주연이자 감독인 이완 맥그리거는 <미국의 목가>를 보고 이것이 자신이 감독으로 도약하기에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영화의 첫 장면은 45년 만에 고교 동창회에 참석한 작가 나단이 그 시절 모두의 우상이자,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스위드의 죽음과 사연을 듣게 되면서 시작된다. 이후 영화는 자연스럽게 스위드의 과거로 옮겨가는데 고교시절 스포츠 영웅이었던 그가 사회에 나와서도 성공한 사업가의 면모를 드러내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미인대회 출신의 아내 던을 만나 더없이 완벽한 가정을 꾸리지만 사랑스럽기만 했던 딸 메리가 커가면서 그의 행복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단순한 청소년기의 반항을 넘어서서 사사건건 부모와의 마찰을 일으키고 사회 비판과 저항 시위에도 열성적으로 참석하는 메리는 어려서부터 말 더듬이로 상담치료를 받아온 전력도 있는 아이이다. 베트남 전쟁 반대 분위기와 더불어 정부 비판 시위가 청년들을 중심으로 거세게 일어나던 당시의 사회상을 감안하더라도 마을의 우체국을 폭파시켜버린 메리의 일탈은 그 정도를 한참 넘어서 버리고 만다.
이후 가족들과 연을 끊고 행적을 감춰버린 딸은 그 부존재 만으로 집에 커다란 불행을 만들어내고 지속적인 고통의 근원이 된다. 영화 속 메리의 일탈에 관한 설명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다만 어린 시절 상담 이력엔 말 더듬 증상이 예쁜 엄마와의 경쟁을 피하고자 한 의도적 회피의 일종이라고 진단받은 적이 있으며, 아빠를 남자로 바라보았던 어린 시절의 일화도 나오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진 않는다. 부족한 것 없이 자라난 딸이 그렇게까지 엇나가는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일까.
아버지는 반정부적 테러가 발생하는 곳마다 혹시 딸이 다녀간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되고 딸이 머물렀던 방을 보며 이젠 정말 놓아주어야 하는지도 고민한다. 아내 던은 정신치료를 받고 메리를 잊어버리기로 결심한 듯 다른 삶을 살지만, 스위드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끝까지 메리의 단서를 좇다가 마침내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딸을 만나지만, 이미 정신도 몸도 예전의 모습이 아닌 더럽고 남루한 낯선 딸의 모습에 할 말을 잃는다. 딸은 끝내 함께 살기를 거부하고 스위드가 다시 찾아갔을 때 훌쩍 그곳을 떠난 뒤이다. 오지 않는 딸을 쉬지 않고 찾아와 기다리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테러범으로 전락한 딸일지언정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부정이 느껴진다.
남들에겐 완벽한 인간의 표본이었던 스위드에게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지는 일이 생길 줄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는 장갑 회사를 운영하지만 딸이 비난하는 탐욕스런 자본가라기보다 양심적이고 건실한 사업가에 가까웠기에 그렇게 비판할 대상도 아니었고 엄마인 던 역시 그녀를 최선을 다해 양육했다.
메리의 기행이 설명되지 않는 것과 상관없이 영화는 지루하거나 난해한 요소는 거의 없다. 한 가정의 몰락, 한 인생의 말로를 지켜보면서 설명되지 않는 인생의 아이러니함에 잠시 넋을 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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