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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잠수종과 나비", 의식과 상상의 세계/쟝 도미니크 보비의 실화를 다룬 영화

by 낭낭n7 2021.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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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잠수종과 나비(2007). 프랑스, 미국

감독 : 줄리안 슈나벨

주연 : 마티유 아말릭, 엠마누엘 자이그너, 마리 조지 크로즈

장르 : 드라마

등급 :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 111

▶영화 속으로

 

패션지 엘르의 편집장으로 인생의 성공 가도를 달려온 보비에게 어느 날 갑작스러운 뇌졸중이 발발하고 그는 하루아침에 전신 마비 환자가 되어 버린다. 말을 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답답한 상황에서 오직 왼쪽 눈꺼풀 하나만으로 의사소통을 하며 병원에서의 새로운 삶을 이어가는데..

 

쟝 도미니크 보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잠수종과 나비는 자신의 몸 안에 갇혀 버린 한 남자의 의식과 상상력으로 이뤄 낸 또 하나의 세계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보비의 시점에서 보여지는 카메라 시선은 이 영화의 핵심적인 장치로서 관객이 그의 내면세계에 이르도록 돕는다. 실제 그의 얼굴은 영화가 시작되고 30여분이 지나야 제대로 공개되며 그간 관객은 보비란 인물을 줄곧 그의 내적 독백으로 만나온 상황이다. 그렇다고 그에 관한 정보가 불충분하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었으며 오히려 직접적으로 보비란 인물에 관해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데,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이미 보비의 입장에 서 보았기 때문이다.

 

여타의 영화나 드라마가 전신마비의 환자를 다룰 때 줄곧 보호자의 스토리에 초점을 두거나 환자의 과거를 보여주는 식, 혹은 완치라는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쪽으로 전개되는데 반해, 이 영화는 전신마비 환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보여주어 뇌졸중을 앓고 있는 현재의 그가 극을 이끌어가는 진짜 주인공이게끔 한다.

 

 

오직 의식만이 멀쩡한 환자 보비는 언어치료사와 병원 스텝들의 도움을 받아 눈 깜박임을 통한 의사소통으로 일상을 이어간다. 부동의 신체와 달리 그의 내면은 어느 때보다 시끄럽고 또 자유롭다. 눈을 감으면 가장 맛있는 레스토랑이 그려지고 옛 여행지의 풍광이 펼쳐지기도 한다. 영화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상상력, 그 본능적인 감각의 힘을 신뢰하며 무한한 사고의 확장을 보여준다. 바로 이 부분이 이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데 보비의 상황에 처하지 않은 대부분의 이들도 날마다 가능하지 않은 영역의 삶을 그리고 상상하며 꿈꾸고 살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는 사지마비 환자가 겪는 고통스런 현실 역시 간과하지 않는다. 남의 손에 자신의 몸을 맡기며 살아야 하는 굴욕감을 목욕 장면이나 흐르는 침을 아들이 닦아주는 등의 사소한 장면 안에 현실을 담아냈다.

 

 

주기적으로 오는 가족들, 치료사들과의 관계, 병문안 오는 지인들이 있어 보비의 삶은 외롭지만은 않다. 잠시 스치는 과거의 회한, 생의 복기, 하고 싶던 것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무력감 같은 감정들이 한 번씩 파도처럼 휩쓸고 가지만 그는 다시 평정을 되찾고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다.

 

 

보비는 아프기 전에 오고 간 출판 계약 건을 되살려 책을 쓸 결심을 하기에 이르는데, 처음 책을 쓴다고 했을 땐 그저 패션에 관한, 혹은 개인 자서전 같은 것, 그러니까 어느 정도의 뜻이 통하기만 하면 되는 류의 글을 쓸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가 애초에 쓰려고 계획한 것은 문학이었고, 자전적 이야기이지만 새 책 역시 섬세한 표현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눈깜박임 만으로 글을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그는 날마다 일정한 노력을 기울여 책을 완성하기에 이른다. 이는 물론 그만큼이나 열성적이고 성실한 어시스트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기에 책은 두 사람의 협업 작품이기도 한 셈이다.

 

초반에 프랑스 영화 특유의 낯선 적막감에 다소 지루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 개성 있고 아름다운 작품을 본 것 같다. 한 사람의 내면에서 보편적 감정으로 이르는 예술의 본령에 충실하면서도 독창적인, 잊을 수 없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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