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정보
다우트(2008). 미국
감독 : 존 패트릭 샌리
주연 : 메릴 스트립,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장르 : 드라마, 미스터리
등급 :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 104분
▶영화 감상 및 줄거리
의심이 확신으로 굳어진 순간, 의혹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순식간에 사실로 둔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다.
전에 봤던 <더 헌트>라는 영화가 자연스레 떠올랐는데, 더 헌트가 한 아이의 거짓말과 사회적 낙인으로 인한 주인공의 몰락을 그렸다면, <다우트>는 당하는 사람보다 의심하는 이에게 초점을 둠으로써 근거 없는 확신이 한 사람의 내면에 얼마나 단단하게 뿌리 내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더 헌트처럼 처절하게 안타까운 부분은 없어서 보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지만, 누구의 마음속에나 들어설 수 있는 근거 없는 확신의 위험성을 경고함으로써 영화는 보다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다.
1960년대의 한 교구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다우트>는, 오직 규칙과 엄벌로 학교를 이끄는 교장 수녀 ‘알로이시스’와 다소 유연한 방식으로 아이들을 인간적으로 대하는 ‘플린 신부’의 대결을 주요 긴장축으로 삼는다.
순진무구한 젊은 수녀 '제임스'는 학생 도널드와 플린 신부의 부적절한 관계를 의심하는 말을 교장 수녀에게 건네는데.. 그 작은 오해와 의심을 불씨 삼아 알로이시스는 자신만의 진실을 하나씩 쌓아올리기 시작하고 조립하고 꿰맞추어 완벽한 시나리오를 구성해낸다. 플린 신부가 아무리 진실을 이야기하고 해명을 해도 이미 그의 일탈을 단정지어버린 그녀에겐 통할 여지가 없다. 플린 신부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 모든 것이 변명이고, 이미 입을 맞춰 놓은 거짓말일 뿐, 제 3자의 진술조차 소용이 없는 지경에 이른다.
무서운 것은 알로이시스 스스로 증거가 없음을 인정하고, 자신이 플린 신부의 자백을 이끌어 내기 위해 부정한 방법을 사용한 것까지 시인하면서도 모든 것이 그의 죄를 밝히기 위한 것이었다는 미명 아래 합리화된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혹 자신과 정반대의 교육관을 가진 이에 대한 개인적 감정이 섞인 것은 아닐까, 어쩌면 그녀의 내면 깊은 곳에선 플린 신부가 무고하다는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겉으론 몰아세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알로이시스를 연기하는 메릴 스트립의 표정과 몸짓에는 일고의 흔들림 없는 진심이 있었다.
그것이 가장 무서웠다. 교회의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는 추문으로부터 학교를 구한다는 목적 하나로 자신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지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는 점이 두렵게 만들었다. 경직된 사상, 해괴한 논리, 개인적 아집이 끌어낸 잘못된 믿음이야말로 한치의 망설임 없이 삶과 세상을 망가뜨리는 폭주하는 괴물이 아니던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진실로 그런 것들임을 깨닫게 하는 영화 <다우트>였다.
▶▶ key point
영화 속 명장면은 알로이시스 수녀와 플린 신부가 교장실에서 최후의 담판처럼 벌이는 언쟁씬인데, 각 캐릭터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자 더이상 대화로서는 상황을 해결할 수 곳으로 치달아 이 영화의 결말이 향하는 방향이 어디인지를 짐작케 했다. 과연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충분히 오를만한 두 배우(메릴 스트립,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멋진 연기는 다소 단순한 줄거리와 평이한 연출의 공백을 꽉 채우고도 남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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