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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은 영화/ 케이시 애플렉의 명연기

by 낭낭n7 2021.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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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맨체스터 바이 더 씨(2016). 미국

감독 : 케네스 로너건

주연 : 케이시 애플렉, 루카스 헤지스, 미셸 윌리엄스, 카일 챈들러

장르 : 드라마

등급 :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 137

출처. 네이버영화

▶영화 속으로

 

무표정, 까칠한 말투로 무장한 채 보스턴에서 아파트 관리인으로 일하는 는 형이 위급하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맨체스터로 향한다. 안타깝게도 그가 도착했을 때 이미 형은 숨을 거둔 뒤였다. 이제 혼자 남게 된 고등학생 조카를 감당해야 하는데, 세상에 마음을 닫고 살아온 리에겐 부담스러운 일이기만 하다.

 

영화는 상처를 가진 이들에게 쉬운 위로나 정답 같은 회복을 제시하지 않는다. 마치 그런 것은 다른 세상에나 존재하는 것처럼 인물들이 닥친 하루하루를 그저 통과해내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리에게는 결코 회복하지 못한 채로 평생토록 짊어지고 가야 할 아픈 과거가 있다. 그 과거로부터 그는 누구와도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못하고 안정적인 직업도 없이 건물 관리인으로 생계를 유지해 오고 있는 것이다. 그저 기능하는 껍데기만 있을 뿐 내면은 공허한 폐허가 된 의 모습은, 연기하는 케이시 애플렉의 표정과 몸짓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먼 곳을 보고 있는 한 남자
출처. 네이버영화

 

아버지와 단 둘이 지내 온 패트릭에게 존의 죽음은 분명 한 세계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일 테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계속되는 일상을 여타의 10대들처럼 보낸다. 처음엔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패트릭의 모습이 의아했지만, 실상 감당 못할 불행에도 밥을 먹고 회사를 나가야 하는 우리네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기도 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일은 아이러니하게도 마치 누구의 잘못 이기라도 한 것처럼 당하는 이를 속박하고 불행하게 만든다. 그 부분에서 리는 전형적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처가 현재 진행형인 사람이다. 전 부인인 랜디가 미안하다고 말하며 사고를 거론했을 때 단 한번 직접적으로 드러난 리의 감정 표출은 그의 상처가 가늠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크고 깊은 것임을 짐작케 했다.

 

함께 걷는 두 남자
출처. 네이버영화 

 

까칠한 삼촌과 10대 조카, 소통에 능숙하지 못한 둘은 단순한 문제에서조차 의견 충돌을 벌이며 순탄하지 않은 날들을 보낸다. 패트릭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삼촌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을 얻고 싶어 하는 것 같지만, 지금 이 상황이 불편한 리는 조카의 상처를 보듬고 제대로 된 어른 역할을 해낼 만한 여유도 능력도 없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쉬운 결말이란 리가 후견인의 지위를 받아들이고 조카와 함께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는 모습일 테지만 영화는 보다 현실적이고 진지한 접근을 이뤄낸다. 서로를 구속하지 않으면서 제 몫의 아픔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지점이 어디든, 희망을 가슴 속에 품고 있든 아니든, 제 몫의 길이 있고 그럼에도 삶은 계속되는 것이니까 묵묵히 그 길을 밟아갈 뿐이라는 인생의 진리를 보여준다. 그 길이 어디로 뻗어있는지 모르는 채 그저 내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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