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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어느 가족> ,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묻는 가족의 의미/ 줄거리와 감상

by 낭낭n7 2021.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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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정보

어느 가족(2018). 일본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 릴리 프랭키, 안도 사쿠라, 마츠오카 마유, 키키 키린, 죠 카이리, 사사키 미유

장르 : 드라마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121

출처. 다음 영화

좁고 열악한 집에 모여 살고 있는 다섯 명의 가족. 유족 연금과 일용 노동직, 세탁 공장일 등에 의존하여 생활하지만, 턱없이 가난한 탓에 쇼타와 오사무는 물건을 훔치는 것으로 생계에 보탠다. 어둡고 침침한 집안, 비좁은 공간에 세간살이가 빼곡이 들어차 있고 각자의 공간이랄 것도 없는 처지이지만, 이들은 어느 가족보다 화목하고 행복하게 지낸다.
어느 날 쇼타와 오사무가 집으로 귀가하던 중, 밖에 혼자 나와 있는 비쩍 마른 여자아이를 발견하고 측은한 마음에 고로케를 건네며 잠시 집으로 데려오는데, 이후 아이가 학대받고 지내는 것을 알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데려와 키우게 된다.

 

 

▶영화 속으로 

유리까지 더해져 모두 여섯 명이 된 하츠에 일가. 이 가족의 특이한 점은 모두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궁금해지는 이들의 관계다. 어린이집의 신고로 유리의 실종이 세상에 알려지지만, 사라진 자식을 찾지도 않는 부모 품으로 보낼 수는 없기에 이들은 유리를 돌려보내지 않기로 한다. 처음 낯을 가리던 유리도 어느새 가족들과 가까워지고 쇼타를 오빠라 부르며 잘 따르는데, 어린 유리까지 도둑질을 배우는 상황에 쇼타는 죄책감을 갖는다.

 

'혈연으로 맺은 집단만 가족이 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떠올리며,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무엇보다 끈끈한 피의 유대를 기본 전제로 하는 우리 사회에서, 이제 그 범위를 조금 넓혀서 생각해도 되지 않는가 하고 제안하는 듯하다. 조건 없이 서로 사랑하며 기댈 수 있고 지친 나에게 휴식 같은 장소가 될 수 있다면 그곳이 바로 가정과 가족이 아닐까.

가족이란 이름 아래 터무니없는 기대를 하고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기에 하즈에 가족이 던지는 질문은 각별하다. 자칫 서로에게 기대하는 것이 없는 이들의 관계가 모래알처럼 흩어질 인연처럼 생각될 수도 있지만, 이들이 형성하는 유대와 나누는 정을 감안하면 쉽게 얘기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하츠에가 반복적으로 말한 선택한 관계이니 더 강할 수 있다는 대사가 자꾸 뇌리에 박힌다.

 

 

이들은 사회가 용인하는 도덕이랄지 규범의 선을 예사롭게 넘나든다. 쇼타에게 아빠라는 호칭을 듣고 싶어 하면서도 도둑질을 하게 하고, 아키가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며, 하츠에가 죽자 연금을 계속 타내기 위해 집 앞마당에 묻어버리는 등 어떻게 가족이 그럴 수 있는지 혀를 내두를만한 상황이 적지 않다. 하지만 뉴스 기사에서 접했다면 당연히 공분했을 법한 일도 이들 가족의 사연과 관계를 지켜본 입장에선 오히려 이들을 두둔하고 편들고 싶어진다.

 

동생 유리가 도둑질에 점점 익숙해지는 것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던 쇼타는 일부터 가게 점원에게 붙잡힘으로 상황을 바로잡고자 하지만, 이후 사건은 경찰에 넘겨져 이들 가족의 존재가 온 세상에 드러나는 계기가 된다. 결국 노부에는 구속되고 아이들은 가정과 센터로 보내져 가족들은 순식간에 뿔뿔이 흩어지고 만다. 이들이 남들 앞에 온전한 가족으로 보였던 순간은 과거 함께 했던 바닷가 나들이뿐이었던 것이다.

 

출처. 다음 영화

영화는 단순히 이들 가족을 옹호하는데만 치우치지 않고 현실적 한계점까지 다룸으로 균형을 잡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원더풀 라이프>, <아무도 모른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 이어 네 편째 보는데,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영화다. 감독 특유의 서정성이 녹아든 휴머니즘이 잔잔히, 그러나 오래가는 감동으로 남는다. 이들이 오랜 시간이 지난 언젠가라도 꼭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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