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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룸>, 진짜 세상으로의 탈출/ 줄거리와 감상

by 낭낭n7 2021.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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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2015). 아일랜드

감독 : 레니 에이브러햄슨

출연 : 브리라슨, 제이콥 드렘블레이, 조안 알렌

장르 : 드라마

등급 :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 118

출처. 다음 영화 

좁고 작은 방 한 칸에 갇힌 채 조이는 5살 아들 잭과 함께 살고 있다. 7년 전 당시 17세였던 조이는 등굣길에 한 남자에게 납치되어 7년 째 감금되어 있는 상태다. 잠금장치로 단단히 잠겨있는 문은 오직 ’닉 아저씨‘라 불리는 납치범이 오갈 때만 열릴 뿐이고, 방음 장치까지 되어 있어서 도움을 청할 방법 자체가 전무한데.. 납치범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 잭만이 조이가 의지할 수 있는 상대이자 삶을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잭이 다섯 살 생일을 지난 어느날,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 판단한 조이는 잭과의 탈출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영화 속으로 

매우 충격적인 소재의 영화이다. 에마 도너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지만 오스트리아에서 발생한 오제프 프리츨 친딸 감금 강간 사건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보기 전에는 사실 소재 때문에 좀 꺼려졌다. 너무 잔혹하지 않을까, 괜히 보고 나서 무섭고 찝찝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는데, 예상을 뒤엎고 자극적인 장면 자체가 없는 영화였다. 납치 영화라면 으레 떠올려지는 범죄적 측면을 부각하기보다 조이와 잭이라는 두 인물에 중점을 두고 진행되는 영화라 다섯 살 아이의 시선에서 봐도 충격적인 이미지는 거의 찾을 수 없을 정도다.

 

 

초반에 영화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두 모자의 모습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닉이 공급해주는 생필품에 의존한 채 모든 것을 아껴가며 생활하는 부분이랄지, 바깥 세상과의 유일한 연결 고리인 TV가 아이에겐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는 창이라든지, 절망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엄마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는 조이의 모습 등등을 조용히 지켜보게 만든다.

 

납치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적응하며 살아남아야 하는 일상이 잔잔한 듯 그려져 더욱 실감났다. 자주 클로즈업 되는 조이와 잭의 모습은 두 사람의 심리 상태를 따라가면서 영화를 관람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데, 그만큼 배우의 연기가 중요한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이 역할의 '브리 라슨'과 잭 역할의 '제이콥 트렘블레이'의 연기가 돋보였는데, 특히 어떻게 저 나이에 저런 연기가 가능할까 할 수 있을 정도로 섬세했던 아이의 연기는 일정부분 타고났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출처. 다음 영화

닉이 올 때면 잭은 옷장 안으로 들어가 있어야 한다. 잠자는 척 옷 장 틈새로 밖을 살피는 잭의 모습이 위태롭기만 한데, 어느 날 닉이 잠든 틈을 타 옷장 밖으로 나왔다가 들켜버리고, 잭에게 다가가는 닉을 저지하려다 조이가 제압당한 사건 이후, 닉은 둘이 갇혀 있는 창고의 전기를 끊어버린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난방이 끊겨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운 방에서 잭은 병에 걸린 연기를 하기로 한다. 혹시라도 병원을 가게 되지 않을까.. 한 줄기 희망을 품으며 조이는 잭을 방 밖으로 나가게 하려 하지만, 계획처럼 일은 풀리지 않는다.

 

 

조이가 탈출을 의도하면서 잭에게 바깥 세상에 대한 인식을 다시 바꾸게 하는 부분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아이가 방 안 생활에 적응하도록 그동안 TV에서 보이는 모든 것들을 가짜라고 주지시켰는데, 다시 이를 바로잡는 상황에서 아이가 겪는 인지부조화가, 역으로 아이가 지금껏 살아 온 날들을 상상케 했다. 바깥 세상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아이, 방 안과 엄마와 TV가 전부인 세상에서 살아 온 삶을 조금이라도 실감할 수 있도록 만든 장면이 아닐까 싶다.

 

출처. 다음 영화

여타의 범죄 영화였다면, 두 사람이 탈출하면서 영화는 끝났겠지만, <>은 그 이후의 상황 까지 비중있게 다룬다.

 

탈출의 기쁨도 잠시, 7년이라는 긴 시간 이후 세상은 많이 달라져 버렸다. 부모는 이혼해서 각자 따로 살고 있고, 언론의 과도한 관심과 감금의 트라우마로 조이는 힘든 시간을 보낸다. 범죄의 잔혹성은 그 이후 피해자의 삶에 오래도록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있는 것 같다. 조이의 아빠는 범죄자의 자식이기도 한 잭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고, 조이는 아이를 양육해 온 죄책감에 자살을 기도하기도 한다.

 

범죄가 드러나고 범인이 잡혔다고 해서, 사건이 끝나는 것은 아님을 영화는 보여준다. 대중들이야 쉽게 잊겠지만, 피해 당사자에게 여전히 사건은 진행 중인 것이다. 따라서 닉이 잡혔다는 것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을 뿐 그가 잡히는 장면 같은 것은 다루지 않는다. 시종일관 거칠고 잔혹한 장면은 배제한 채 부드럽고 잔잔하게 진행되는 영화가 결코 가벼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극적인 장면을 생략했지만, 더 진지하고 세밀하게 범죄의 폭력성을 고발하고 있는 영화이다.

영화가 끝나고도 클로즈업된 조이와 잭의 얼굴이 오래도록 잔상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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