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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비거 스플래쉬, 선 넘은 욕망의 말로 / 루카 구아다니노의 욕망 3부작 중 두번째 작품

by 낭낭n7 2021.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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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비거 스플래쉬(2015) 이탈리아, 프랑스

감독 : 루카 구아다니노

주연 : 틸다 스윈튼, 랄프 파인즈, 마티아스 쇼에 나에츠, 다코타 존슨

장르 : 멜로/로맨스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 124

 

 

▶영화 속으로

 

록스타 마리안과 남편인 영화감독 폴은 이탈리아의 작은 섬에서 둘만의 휴가를 즐기고 있다. 평화롭기만 한 시간에 갑자기 마리안의 옛 연인이자 동료였던 해리가 불쑥 찾아오는데, 혼자도 아닌 그간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다 큰 딸과 함께다. 부부는 오붓한 휴가를 방해한 해리의 방문이 반가울 리가 없다. 더구나 마리안은 목 수술 후 말을 금하고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해리는 아랑곳없이 시끄럽게 굴며 그들의 빌라에 함께 머문다. 허락도 없이 손님을 초대하고 그들이 불편해하는 걸 알면서도 떠날 생각을 않는 해리. 게다가 그의 딸은 도발적이고 거칠 것 없는 모습으로 부부를 신경 쓰이게 하는데..

 

 

소중한 휴가를 망치고 무례하게 군다면 아무리 친구라도 화가 날 것 같은데 부부는 해리를 그저 못마땅해할 뿐 내쫓지 못한다. 그렇게 불청객을 참아내는 부부가 초반엔 좀 답답하게 느껴졌다. 연인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동료로서의 우정이 있기에 받아들이는 것이겠지만 마리안의 캐릭터가 수동적으로 다뤄진 점은 조금 아쉬웠다.

 

영화는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는 관객에게 강력한 한방을 내주지 않고 조금 지루하게 전개된다. 이쯤 되면 어떤 사건이 생기거나 더 큰 긴장이 조성되어야 할 것 같지만, 결정적 사건은 한참 뒤에 조금 맥 빠지는 방식으로 발생한다. 먼 이탈리아의 작은 섬까지 쫓아올 정도라면 해리에게 어떤 의도가 있음은 자명하다. 해리는, 심지어 자신이 폴을 직접 소개한 장본인이면서도 마리안을 되찾고 싶어 한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부부의 모습을 봤으면서도, 그는 집요하게 마리안을 폴에게서 멀어지게 하려 한다. 목소리가 안 나오는 와중에도 폴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마리안을 해리는 마지막으로 절박하게 탐하다, 결국 실패하고 좌절한다.

 


 

한편, 폴 역시 해리의 딸에게서 유혹을 받는데 단단하게 벽을 두르는 듯하면서도 아이에게 끌려 다니는 폴의 모습을 볼 땐 둘 사이가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페넬로페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정말 해리의 친딸이 맞는지, 그녀에 관한 설명은 영화 속에 없다. 그저 나이를 속인 미성년자 반항아라는 정도밖에. 페넬로페의 캐릭터는 관객을 좀 더 화나게 만들려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다. 원래 감독의 스타일이 사랑과 욕망을 세심하게 다루지만 동시에 스토리텔링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 모든 영화적 방식을 동원해 인물의 감정을 표현한다고 하니 인물의 감정 상태를 중점적으로 보는 것이 관람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 영화에선 인물들의 감정 상태를 파악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편은 아니었다. 솔직히 포커스를 사건 쪽에 두게 되는 플롯이라 미처 감정 표현에는 크게 집중을 못했던 것 같다.

 

 

비거 스플래쉬는 감독의 욕망 3부작 중 <아이 엠 러브> 이후 두 번째 작품인데 세 번째는 유명한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이다. 사랑이나 감정의 방향성과 에너지를 묘사하는 것이 루카 과다니노 영화의 핵심이라고 하는데 이 영화에서 방향성을 거스른 해리의 욕망이 비극적인 말로를 맞는다. 그가 품은 욕망이 목숨을 위협할 정도였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누군가의 행복을 깨려는 불온한 욕망을 영화는 수영장 속의 시체의 모습으로 가두어버린다. 폴이 어떤 의도도 없이 우발적으로 해리를 죽였듯이 해리도 자신의 욕망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 줄 모르고 거기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욕망은 더는 기억될 것도 없이 작은 이탈리아 섬에만 머물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암시하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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