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정보
벨벳골드마인 (1998). 영국, 미국
감독 : 토드 헤인즈
주연 : 이완 맥그리거,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크리스찬 베일, 토니 콜렛
장르 : 드라마, 뮤지컬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 124분
▶영화 속으로
70년대 영국 최고의 글램록 스타이자 파격의 아이콘인 브라이언 슬레이드는 월드투어 콘서트 도중 누군가가 쏜 총에 맞고 쓰러진다. 후에 이 사건이 하나의 계획된 퍼포먼스였음이 밝혀지자 대중들은 등을 돌려 버리는데, 세계적 화제를 몰고 다녔던 스타는 이후 무대에서 사라지고 세간에서도 빠르게 잊힌다..
10년의 시간이 흐른 후 헤럴드 지 기자인 아서 스튜어트는 과거 자신의 우상이기도 했던 브라이언 슬레이드의 과거 자작극과 근황에 관한 기사를 맡게 된다. 아서가 브라이언의 과거 매니저와 전 부인, 연인이었던 커트 와일드를 찾아가 브라이언에 관한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화려했던 브라이언의 전성기 시절이 영화 속에 되살아나는데..
벨벳 골드 마인은 데이빗 보위와 이기 팝의 이야기를 각색해서 담아낸 전기적 영화다. 이 둘 뿐만이 아니라 다른 글램록 스타들의 모습도 함께 참고했다고 하는데, 진한 화장, 높은 굽 신발, 현란한 패션, 동성애와 양성애 코드 등 글램록의 정수라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가져다 놓은 듯한 모습이다. 실제 그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입장에서 이렇게 되살려 놓은 분위기와 영상을 접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화를 감상하는 큰 묘미가 아닌가 싶다.
그런 만큼 영화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룬 것은 이미지이다. 반항과 기존 질서의 전복을 꿈꾸던 70년대라는 시대의 이미지, 튀는 의상과 선동적 인터뷰, 퍼포먼스로 대중을 열광하게 하는 스타의 이미지, 세상을 바꾸겠다는 젊음의 선동적 이미지와 불안과 혼란을 소화하지 못하는 나약한 아티스트의 이미지까지 모든 것이 그 반짝이는 글램록의 물결 속에 한껏 오버랩되어 있다.
실제 이 영화에 부정적이어서 음악 삽입에 반대한 데이빗 보위만 빼고 다른 가수들의 음악은 다 나오는데, 영상에 비해 음악은 조금 밀려난 느낌이 들 정도로 영상이 주는 자극은 강렬하다. 아마도 거기엔 주인공 브라이언 역할을 맡은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의 퇴폐적 눈빛이 극 중 인물과 너무 잘 어울린 점도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약에 찌들어 절망의 길을 걷던 커트 와일드를 연기한 이완 맥그리거의 연기는 말해 무엇하랴.
역사는 고대 유적처럼 제국을 둘러싼 허구이다.
그동안 잊힌 것들은 과거의 꿈속에 보류된 채 재귀할 기회를 끊임없이 엿본다.
동성애자였던 어린 아서에게 브라이언 슬레이드는 그야말로 우상이었을 것이다. 그는 점점 더 진심을 담아 취재에 열을 올리며 자신의 스타에게 다가가는데, 베일이 벗겨지고 정작 그가 밝혀낸 진실은 그다지 드러낼 만한 것도, 드러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화려했던 그 시대가 완전히 끝장나 버렸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을 뿐이다. 마지막 커트 와일드와 아서가 만나는 장면이 없었더라면 가면을 바꿔 쓴 우상의 모습에 오래도록 헛헛했을 것 같다.
우린 세상을 바꾸려 했지, 그런데 우리가 변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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