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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 파란만장한 욕망과 실패의 서사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과 다니엘 데이 루이스

by 낭낭n7 2021.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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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데어 윌 비 블러드 (there will be blood, 2007). 미국

감독 : 폴 토마스 앤더슨

주연 : 다니엘 데이 루이스, 폴 다노

장르 : 드라마

등급 :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 158

 

▶영화 속으로

 

<데어 윌 비 블러드>는  지독한 집념으로 성공을 이룬 한 석유 채굴업자의 욕망과 몰락의 과정을 그린 영화다.

20세기 초반의 미국을 배경으로 한 올드한 느낌의 화면 구성은 다분히 옛 할리우드 영화를 연상시켰는데, 전혀 관심 없었을 석유 시추 장면에서마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몰입했을 때 범상치 않은 이 영화의 흡입력을 미리 예상했는지도 모르겠다.

 

 

믿을 사람 없이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모든 것을 일궈 온 석유업자 대니얼 플레인 뷰는 채굴 도중 목숨을 잃은 직원의 아이 ‘H.W’를 아들로 삼고 석유를 찾아 다니며 사업을 확장시킨다. 어느 날 리틀 보스턴의 선데이 농장에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는 폴 선데이의 제보를 받고 대니얼은 농장을 싼 값에 사들인 뒤 석유 시추 작업에 착수하는데..

선데이 가문의 장남이자 3계시교교회 목사인 일라이는 대니얼의 성공에 빌붙어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려 하지만 이런 속셈을 뻔히 아는 대니얼은 일라이를 아니꼽게 생각하며 번번이 무시한다.

 

스토리가 주는 힘도 있겠지만, 그보다 장면장면을 만들어내는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장장 158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무색할 정도로 지루하다거나 뻔하다는 느낌 없이 그 전체를 감상할 수 있었는데, '단지 석유시추 장면이 이렇게 몰입될 건 뭔가..' 싶을 정도로 영화 전체를 이끌고 가는 긴장과 응집력이 매 장면마다 살아있었다.

 

 

'대니얼 플레인 뷰'는 타고난 사업가로서 이익이 되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사람들을 설득하고 자신의 의도를 관철시키는 인물이다. 가스 폭발로 농아가 되어버린 아들을 걱정하는 대신 콸콸 쏫아오르는 석유를 보며 흥분하고, 아무에게도 곁을 주지 않으면서도 헤어진 이복 형제로 위장하며 찾아온 헨리에겐 단 며칠 만에 마음을 털어놓아 버리는 복합적인 면을 보인다. 누구도 믿지 않고 오히려 사람을 적대시하는 그에게 오직 아들만이 유일한 가족인데도, 사고를 치자 멀리 있는 농아 학교로 보내버린다. 그는 정말 비정한 사업가이기만 한 것일까.

 

그리고 그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자, 탐욕스러운 면에선 비슷한 성향인 '일라이'는 지역의 작은 교회를 이끌고 있지만, 오직 자신의 성공과 부만를 지독히도 갈망하는 위선적인 성직자이다. 대니얼이 스스로의 힘으로 성공한 인물이라고 한다면, 일라이는 그의 성공을 이용해 부를 취하려고 하는 기회주의자에 가깝다 할 수 있겠다. 석유시추사업 발대식에서 자신이 축성을 하겠다는 전제조건을 달기도 하고, h.W의 사고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서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데, 끝내는 농장 땅을 판 아버지를 때리는 패륜을 저지르기도 한다. 자신이 성령을 입을 하나님의 대리인이라고 하면서 광적인 언동으로 설교를 할 때 젊은 배우 폴 다노의 연기는 오싹할 정도로 강렬했다. 급기야는 대니얼을 교회로 데려와 사람들 앞에 굴욕을 안겨 준 사건은 그의 결정적인 파멸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Key point

 

평론가들에게 2000년대 동안 나온 최고의 미국 영화 중 하나로 평가받는 <데어 윌 비 블러드>는 일각에선 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의 모든 영화들 중에서도 최고라는 평이 나올 정도다.

이 영화가 호평을 받는 결정적 이유들 중 하나로 배우들의 연기력을 꼽는데, 이는 너무도 확연하여 나 같은 일반인이 보기에도 단번에 알 수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마치 걸음걸이 하나 표정 하나하나가 진짜 석유업자의 그것, 혹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아닌 다른 배우의 대니얼 플레인 뷰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 사실 절정에 다른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준 메소드 연기까지 굳이 가지 않더라고 이미 그의 연기에 홀린 상태였었다.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그의 모습이 잘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극과 하나가 된 그의 연기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이라는 기록이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언젠가부터 멀어져 버린 아들 H.W가 찾아와 멕시코에서 석유시추사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넌 경쟁자일 뿐 아들도 아니고, 그저 고아였을 뿐이라고 독설을 퍼붓는데, 아마 대니얼의 진정한 몰락을 확인한 건 이 순간부터였을 것이다. 아들이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도 계속 험한 말을 퍼붓는 장면은 그도 오랜 시간 상처 받고 외로워하는 인간이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망가져 가는 그 앞에 그와 닮은 악마 일라이가 나타나고... 영화는 다 끝냈네 (I’m finished)”라는 마지막 대사와 함께 바로 흘러나오는 나오는 경쾌한 음악에서 오랫동안 여운을 남겨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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