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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우아한 거짓말> , 몰라서 미안해..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by 낭낭n7 2021.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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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우아한 거짓말(2013). 한국

감독 : 이한

출연 : 김희애, 고아성, 김유정, 김향기, 유아인, 천우희

장르 : 드라마

등급 :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 117

출처. 다음 영화

말 잘 듣는 예쁜 막내딸 천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족에게 마냥 살갑고 다정하게 굴던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씩씩한 가장으로 생활을 꾸리던 엄마 현수와 시크하기만 하던 언니 만지에겐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후 천지가 같은 반 친구 화연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얘기를 듣고 만지는 주변을 수소문해 진실을 알려고 하는데.. 과연 천지의 죽음에 화연만 책임이 있을까.

 

▶ 영화 속으로 

영화는 중학생 아이의 자살 이후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학교 폭력과 왕따 문제를 다루면서 그 주변을 조명하는 것은 꼭 필요하고도 의미있는 일이기에 영화가 전해주는 메시지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완득이>의 작가 김려령의 소설을 영화화 한 것으로 완득이의 감독과 제작진이 다시 뭉쳐 이뤄낸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한 것은 아이의 자살이라는 끔찍한 사건에도 불구하고 슬픔이라는 감정으로 모든 걸 덮어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족들이 오열하는 장면보다 담담하게 일상을 이어가는 모습과 죽음의 원인을 밝히려는 노력들이 더 현실성 있게 다가왔다. 맏이이긴 하지만 아직 고등학생인 언니 만지가 동생 죽음의 진실에 다가가려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웬만한 어른보다 더 적극적이고 똑부러져 보인다. 동생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한편으론 반드시 동생의 억울함을 알리고 가해자를 벌하겠다는 마음이 일으킨 행동이다.

 

 

영화는 각 인물들을 균형있게 그려낸다. 천지의 가족을 중심으로 하되 화연, 미란과 미라, 옆집 총각 상박까지, 모두 아픔을 가진 인물들로 설정함으로써 각각의 상처를 드러내고 어루만진다. 인생의 무게는 나이가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각자의 삶 속에 얹혀져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폭력적인 아빠 아래서 이미 가장이 되어버린 미란과 살인자라는 낙인이 찍혀버린 화연, 동생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는 만지까지.. 우리가 미성년자라고 퉁쳐버리는 아이들의 세계 역시 또 하나의 인간 사회로써 생존의 법칙이 동일하게 지배하는 곳이며, 그곳에서 아이이면서도 한 사람으로 내면에서의 거친 폭풍을 감내해야 하는 시기의 일상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교복입고 벤치에 앉아있는 두 여학생
출처. 다음영화

천지를 친구로 챙기는 척 하면서 왕따를 주도했던 화연에게 모든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고, 이제 반 아이들은 화연을 왕따 시킨다.. 하지만 아이들 역시 왕따의 가해자이자 방관자였고, 그들이야말로 천지의 죽음 이후 어떤 반성과 가책도 느끼지 않는 가장 무서운 주체들이기도 하다. 천지의 죽음엔 모두가 연루되어 있다. 동생의 고민을 눈치채고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만지, 자식이 겪는 어려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현수, 아빠와 천지 엄마의 사이를 알고 천지를 외면한 미라 등..

모두가 천지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은 유명하지만 당시에는 아직 어렸던 배우들에게서 그런 세밀한 감정 표현들이 읽혔다. 배우들의 연기가 좋은 시나리오와 함께 이 영화를 지탱하는 중심축이라 생각한다.  남겨진 이들이 죄책감 속에서 어떻게 삶을 이어갈 것인가, 결코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입었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치유해가는 과정이 한 편의 성장 영화를 본 듯한 느낌도 들었다. 

 

 

가족이기에 오히려 말할 수 없는 비밀들에, 친구, 선생님, 혹은 제도적 시스템... 등등 제2, 3의 선택지가 자연스레 주어지는 사회라면 수많은 불행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영화 속 천지가 누구의 손도 잡을 수 없었던 것을 볼 때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부모에게 얘기할 수 없다면 친구, 혹은 선생님, 그것도 아니면 쉽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중요함을 영화는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어느 한 명이라도 손을 잡아줬더라면 가장 어려운 선택지인 죽음을 택할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다. 영화 속에선 천지가 유일하게 아픔을 드러낸 상대가 제3의 인물 상박으로 설정된 사실 역시 의미심장하다.

 

유일한 옥에 티는 유언 대신 남긴 털실 뭉치 속 쪽지인데 사건의 긴장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약간 식상하고 인위적인 느낌이 들긴 했다. 아직 소설은 읽지 않아 소설 속에선 어떻게 묘사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된다면 소설과 영화를 비교해가며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점점 더 고립되어가는 사회에서 한 아이에 대한 주변 세계의 역할을 더 고민하게 해 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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