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정보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2020). 이탈리아
감독 : 시드니 시빌리아
주연 : 엘리오 게르마노, 마틸다 데 안젤리스, 톰 우라쉬하
장르 : 드라마
등급 :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 117분
▶영화 속으로
바다 한가운데 홀연히 떠 있는 인공섬. 나를 옥죄는 제도와 규칙에서 벗어나고 싶을 땐 보통 멀리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우지, 나라를 만들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놀랍게도 일반인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을 실제로 벌인 이가 있었으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이탈리아 라미니 해변으로부터 11km 떨어진 곳에 인공 섬을 세우고 국가를 선포한 한 괴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천재 괴짜 엔지니어라는 수식어에 딱 들어맞는 주인공 조르조는 일상 자체가 범상치 않다. 남과 다른 사고방식으로 좌충우돌 말썽을 일으키는 그는 자신만의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조금씩 인공섬에 관한 아이디어를 실현시켜 나간다. '과연 되겠어?'하고 지켜보다가 '어어? 되네?'하고 신기하게 볼 수밖에 없었던 영화다.
사실 한 개인이 새로운 영토에 독립국을 선언하고 수장이 된 비슷한 예는 '시랜드'의 경우도 있다.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세워진 이 나라를 책에서 처음 읽었을 때 역시 놀라웠는데, 영화로 본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은 그 허무맹랑함과 병행하여 모두와 공유할 수 있는 영화 장르의 특성상 그 스토리가 더 실제의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독립국을 세운다는 자칫 정치적 메시지로 읽힐 수도 있는 이 사건을 영화는 코믹하게 다룸으로써 스스로 무거움을 털어내고 관객과 소통하고자 한다. 덕분에 영화 속 주인공의 괴짜 캐릭터와 맞물려 영화의 맛이 제대로 살아난 것 같다. 이탈리아 당국으로부터 독립국을 지켜내려고 분투하는 부분에선 제법 진지한 고민 역시 다루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영화는 진지함보단 발랄함을 택했다. 독립국에 정착한 인물들의 면면 또한 복합적이라기보단 좀 더 단순화되어 있고, 당국과의 교전 씬에서조차 유머가 빠지지 않는다.
영화를 보면서,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의 설립을 당시 이탈리아 정부가 해석하듯 단순히 세금을 내지 않고 관광 수입을 벌려는 의도로 해석한 관객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한 괴짜 청년의 도발과도 같은 사건을 지켜보면서, 그 현실 가능성과 무관하게 어떤 해방감을 느꼈을 것인데,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으로부터의 해방일까.
누구나 마음속에 속박으로부터의 자유, 법과 제도와 규칙으로부터 벗어나 자유가 최대화된 이상향을 그리는 꿈이 있을 것이다.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은 대통령과 장관, 통화와 우표가 있는 나름의 문명 지향 사회였지만, 바로 자유를 염원하는 사람들의 원시적인 꿈을 건드렸다고 생각한다. 그 꿈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고 해도 역사 속에 기록으로 남고 이렇게 영화화되어 되풀이되고 있는 것 또한 다른 형식의 실재라고 생각한다. 한 괴짜의 의도가 어찌 되었든 68 혁명의 시기와 맞물려 꽤 혁명적 퍼포먼스처럼 보이는 면도 있는 것 같다.
영어 대사에만 익숙한 관객에겐 이탈리아어가 구사되는 대사의 매력 역시 작품 감상의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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