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정보
Soul (2020). 미국
감독 : 피트 닥터
주연 : 제이미 폭스, 티나 페이, 다비드 딕스
장르 : 애니메이션
등급 :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 107분
▶영화 속으로
인생의 의미는 무엇일까. 인간이 평생토록 던지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영화 soul이다. 적지 않은 이들이 인생 영화라고 꼽는 것도 아마 영화의 주제가 모두의 마음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각자의 삶을 생각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마음속에 이상향으로 품고 있는 꿈에 비해 하루하루의 현실은 얼마나 남루한 것인가. 중학교 음악 교사인 '조 가드너'의 일상 역시 그가 꾸고 있는 재즈 뮤지션이라는 꿈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적어도 최고의 밴드와 함께 공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전까진 말이다. 그 하루를 위해 살아왔다고 할 정도로 최고의 행복을 앞두고 있던 날,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그는 사고를 당하고, 영혼은 저세상에서 깨어나는데..
하지만 이대로 죽을 수는 없는 노릇, 어떻게든 다시 기회를 잡기 위해 조는 저승길에서 탈출해 태어날 영혼들이 있는 ‘유세미나’라는 곳으로 오게 된다. 그곳에는 벌써 수년째 태어나길 거부하는 영혼이자 사고뭉치인 22가 있는데, 둘은 의기투합하여 22를 대신해 조가 지구로 갈 작전을 세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새 조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꿈을 이루고자 하는 그 간절함을 알기에 조가 마침내 얻은 기회를 활용해 끝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기회는 조의 몸에 들어간 영혼 22에게 주어지는데, 22는 음식을 먹고, 거리를 걷고, 바람을 느끼고,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는 것이 자신의 불꽃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조의 몸으로 삶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 그리고 관객은 그런 22를 보면서 새삼 자신의 범상한 일상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soul은 대단한 진리를 일러주는 것이 아닌,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이야기 속에서 잔잔하게 보여준다. 거대한 목표 의식으로 열심히 페달을 굴리는 위치에서 내려와 조와 함께 우리도 익히 알고 있었던 일상의 소중함을 새롭게 한번 더 음미해보는 것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공연을 마친 조가 예상만큼 행복하지 않은 모습을 보일 때였다. 인생 최고의 순간에 다소 허탈해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기를 쓰고 이루려고 하는 그곳이 생각만큼 아름답지도 빛나지도 않을 수 있음을 생각하게 했다. (물론 이마저도 누군가에겐 사치처럼 보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지만..)
주어진 현실을 묵묵히 살아가는 이들이 훨씬 많은 세상이다. 극소수의 누군가를 따라가지 못해 모두가 불행해지길 선택한 현대사회에서 인생의 의미는 불꽃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영화 soul이 주는 감동은 생각보다 굵직한 것이리라. 이는 꿈을 좇다 지친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라기보단 헌사에 가깝다. 지금 살아가기로 한, 존재하기로 한, 당신도 훌륭하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역대급이라는 찬사가 쏟아진 애니메이션
제이미 폭스와 티나 페이의 열연으로 한층 살아난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극 중 케미와 조의 피아노 연주에서 부각되었던 CG의 섬세함은 영화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음악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OST와 사운드 역시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역대급이라는 찬사를 받았는데, 픽사 작품 중 <Soul>을 최고로 꼽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해가 간다.
단순한 진실을 단순하게 건네는 것이 아니라, 보다 섬세하게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스토리로 만든 것도 영화의 흥행 요소가 아닐까 싶다. 덕분에 성숙한 어린이 이외엔 어른 만이 이해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되긴 했지만, 디즈니가 지친 어른들에게 건네는 선물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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