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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패들턴> , 죽음의 공유

by 낭낭n7 2021.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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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정보

패들턴(2019), 미국

감독 : 알렉상드르 레만

주연 : 마크 듀플라레이 로마노

장르 : 드라마

러닝타임 : 89

 

둘도 없는 친구이자 이웃인 마이클과 앤디. 어느 날 마이클은 치료 불가능한 암 판정을 받게 되고
죽음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의료 기술로 목숨을 연명하며 죽음에 다가가느니 조금이라도
좋은 상태에서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죽음을 맞고 싶은 마이클은 안락사를 실행하기로 선택한다.
하지만 이를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앤디는 마음이 편치 않은데..

 

 

한 사람이 처음 암 판정을 받고 안락사하는 기간까지의 삶의 여정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병에 집중하기보다 앤디와 마이클의 우정에 중점을 두는데, 따라서 영화는 잠깐 등장하는 인물들을 빼곤 시종일관 두 사람을 따라가는 설정이다. 특별한 사건이나, 극의 흐름을 반전시킬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어서 초반엔 조금 지루하게 전개된다. 하지만 이런 점이 오히려 더 사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는데, 막상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도 일상은 평범한 것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아래, 위층에 사는 두 사람은 저녁이면 함께 <데스펀치>라는 쿵푸 영화를 보고, 피자를 데워 먹으며 실없는 농담들을 지껄이다 헤어진다. 한가한 시간엔 테니스 채를 들고 공터에 가서 패들턴을 치기도 하는데 그야말로 익숙하고 친숙한 절친의 모습이다. 처음 암 소식을 들었을 때 당사자보다 더 당황했던 앤디에게 마이클은 고통없는 죽음에 이르게 해주는 약을 처방받았다며 죽음의 순간에 함께 있어줄 수 있냐고 부탁한다. 어떻게든 말려보고 싶은 앤디지만, 결국엔 친구의 뜻을 존중하기로 한다.

죽음의 순간에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이 가족이 아닌 친구라니. 그것도 이웃으로 만난 사이인데.. 그만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타인이 있다는 것은 요즘 세상에선 축복이 아닐까. 영화는 죽음을 소재로 하면서도 요란을 떨지 않는다. 당장 처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에겐 어쩌면 격한 반응조차 사치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 곳에서나 취급하는 약이 아니다보니 차를 타고 6시간이나 떨어진 약국으로 가야 하는데 이때 앤디 역시 동행한다.

 

처방된 약을 구입하면서 약의 주인도 아닌 앤디는 예민하고 까다롭게 군다. 부득불 자신이 계산하겠다며 카드를 꺼내지만 결제는 되지 않고 괜찮다는 마이클에게 꼭 자신이 나중에 돈으로 주겠다며 다짐한다. 그리고 어린이용 금고를 사서 마이클의 동의도 없이 약을 그안에 넣어버린다. 이해할 수 없는 앤디의 행동에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지만 아마 정말 이해할 수 없어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행여나 마이클이 약을 먹어버리지 않을지 불안했을까. 앤디가 끌어안고 다니는 금고를 보며 유골함을 연상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마이클의 죽음을 상징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금고를 앤디가 끌어안고 있는 장면은 죽음이 그 한 사람 만의 것이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였다고 생각한다.

 

난 죽고 있어. 난 죽어가는 사람이야

 

난 죽는 걸 봐야 하는 사람이야 !

 

둘의 싸움은 앤디의 말 한마디에 중단된다. '죽는 걸 봐야 하는 사람'. 죽음을 막을 수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하는 이의 입장 역시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이다. 집에 돌아와서도 두 사람의 일상은 변함없이 진행된다. 함께 영화를 보고 피자를 먹고 앤디의 생일에 소소한 축하를 건네고.. 하지만 한 번씩 곁에서 잠든 마이클이 죽은 건 아닌지 깜짝깜짝 놀라고 마이클이 구토를 할 때면 앤디가 그 옆을 지켜주는 일과가 더 늘어났다.

영화의 가장 클라이막스는 마이클이 죽는 대목이다. 100개 알약의 캡슐을 벗겨 가루를 컵에 담으며 두 사람이 대화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압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당시 두 사람의 심경을 표현할 말을 찾을 순 없을 것 같다. '나 사실 한번 결혼한 적이 있어'라고 고백하는 마이클과  '너 처음 이사왔을 때 별로였어. 이사 안왔으면 하고 바랐다'고 말하는 앤디.. 이런 대화를 죽음의 캡슐을 벗기며 하는 두 친구.

 

마지막 약을 삼키고 지금까지 줄곧 침착한 모습만 보이던 마이클이 불안해하고 무서워하는 모습을 볼 땐 울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마이클 옆에 똑같이 누워 다독이는 앤디의 모습이 더욱더 눈물을 자아냈다.

 

영화는 이걸로는 부족했던지 마이클이 없는 앤디의 일상을 보여준다. 앤디의 주위가 갑자기 조용해져 버린 모습이다. 사랑하는 이가 떠난 후, 남겨진 이가 맞이해야 하는 삶의 풍경이 짧은 몇 분 동안 카메라 앵글 안에 오롯이 담긴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삶은 이어진다는 메시지를 남기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삶도 죽음도 전적으로 내것인 건 없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영화다. 삶 뿐만 아니라 죽음까지 함께 공유한 친구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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